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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백소윤 감독의 <덫>이다. 러닝타임 16분 18초인 이 작품은 주변인들의 아무 적의 없는 사소한 말들이 수년간 쌓이면 한 개인을 어떻게 파국에 빠뜨리는지 담고 있다. 

경기 예술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백소윤 감독의 작품으로 네이버 영화에 소개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환과 시우는 쌍둥이지만 미술적 재능은 같지 않다. 이에 질투를 느끼는 한 명이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된다. 

그 한 명이 누군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적으로 프로이트가 주장한 자아의 다섯 가지 자기 방어 본능 중 '투사(projection ; 타인을 싫어하는 행위를 자기 합리화시키는 자아의 방어 기구)'에 대해 적용하기 수월한 샘플이기도 하다. 극 중 형인 시환이 미술 선생님에게 남미에서 전해져 오는 쌍둥이에 관한 설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는 극명해 지는데.. "선생님은 그게 무슨 그림인지 아세요? 남미에서 전해져 오는 쌍둥이에 관한 설화인데 쌍둥이를 낳으면 둘째를 숲 속에 갖다 버린다는 말이 있어요. 쌍둥이 둘째는 악마라구. 선생님이 보기에도 그래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정말로 시환은 동생인 시우를 숲 속에 유기한다. ..주변의 지속적인 차별이 사람을 어떻게 소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이 작품은 분명히 그리고 있다. 문제는 그 지속적인 차별의 당사자들은 무척이나 억울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서 - 나 딱 한 번 말했어! - 더 무서운 부분인데.. - 정말로 딱 한 번만 말해도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한 번을 말하면 안된다. ^^*

  나에겐 어린 자식이 있다. 작은 주인님이라 하겠다. 그 작은 주인님은 세상의 다른 아가들 보다 좀 일찍 태어낳다. 서울대 모 교수님이 아니셨다면 아마도 주인님은 시험관에 들어가야 했을 거다. 하위 10% 미만으로 태어난 주인님은 이후 사실 별 이상이 없는 줄 알았다. 그리나 주인님이 말을 할 수 있어서야 와이프와 나는 주인님의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구나 주인님은 말도 늦게 배웠기 때문에 우리는 여느 또래의 아이 보다 훨씬 늦게 그 사실을 안 못난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주인님의 눈에는 두툼한 시력 교정을 겸한 안경이 씌어졌는데 문제는 그 안경이 사람들이 보기에는 거꾸로 쓴 것 같은 모양새다. 그래 등치가 곰 같은 내가 주인님을 데리고 다닐 때도 하루에 몇 번 씩 사람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안경 거꾸로라고. 더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주인님을 이상한 눈으로 봤다. 안경 거꾸로 썼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 와이프가 데리고 다닐 때는 직접 주인님의 안경을 만지시는 어르신들.. 주인님은 자신의 눈이 나쁜 것이,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했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시선, 특히 나이드신 분들의 지적으로 주인님은 지금도 상처 받아 있다. 상황이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적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안경이 다르니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이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심리적으로 압박 당한 너무나 어린 주인님을 감싸주기 위해 나는 차분하게 어르신들과 대화도 나누고 나중에는 어린 주인님을 많이 안아주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시선'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한 번만 쳐다 본 것이지만 그 사람은 평생 그런 차별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다음부터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킬 수도 있는 짓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린 주인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덫>은 그런 나의 개인적 경험 때문에 더욱 더 가슴을 여미게 했다. 어린 시절 누구 보다 착했고 선했던 형 시환은, 평생을 자라면서 받아온 차별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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