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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홍상수의 영화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무척이나! 홍상수의 영화들은 배우들의 민낯 연기를 볼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충무로 현장에서 일해 본 나에게 배우들은 현장에서 일할 당시, 정말 하늘에 떠 있는 'Star'이며 현장에서 심지어 대충 계산하면 1년에 총 300을 받았던 그 당시 어떤 스태프, 1년 반에 총 700을 받았던 어떤 스태프들에 비해 참 어처구니없게 많이 받고 어처구니없게 대접해 줘야 하고 어처구니없는 행동도 받아줘야 하는 그야말로 '신'이었다.

인간이 아닌 '신'격 대우를 받는 사람들! 심지어 '신'은 도덕성에 제재를 받지 않는다! ^-^0*

  그런데 그 사람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정확히 민낯 연기를 볼 수 있는 홍상수의 영화를 나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홍상수의 영화에서는 다른 대중 상업 영화와는 다르게 그들의 연기가, 마치 우리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이를 스타들의 '민낯' 연기가 칭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타가 된 많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던 나에게 그들의 진짜 성격을 알기에 홍상수의 연기 연출 스타일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의 영화에 등장했던 그런 나만이 생각했던 장점들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오늘 본 기주봉, 김민희, 송선미, 권해요, 유준상, 신석호, 박란이 나오는 <강변 호텔>도 그랬다. 줄거리는 나이 많은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어릴 적부터 이혼해 따로 살던 두 아들을 자신의 임시 무료 거처인 호텔로 부른다. 

아버지와 두 아들

그래 선물로 인형도 준다. 자식들과 술도 한 잔 하고. 해당 이야기와 실연 당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위로하기 위해 그 호텔에 방문한 지인인 여자의 에피소드이다. 

그래 영화 줄거리 포맷은 그렇게 둘인데.. 어찌 보면 이는

1. 연인인 김민희를 위한 포맷. 그녀는 '이번에도 현실과 다르게' 심지어 연인에게 지독한 실연의 상처 받은 사람으로 (남편이 다른 년과 붙어 먹고 김민희를 버린 것 같다!) 나온다.

2. 홍상수 자신을 위한 포맷. 뭔가 영화를 보는데 감독에게 겁박 받은 느낌이 든다. '사랑을 찾아간게 당연한 거지!', 너네 자꾸 이러면 나 죽는다! 뭐 이런 느낌.. 이다. 

  그래서 영화는 보는데 다른 홍상수 영화와 다르게 관객들이 굉장히 많이 웃었다. 홍상수 영화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 마니아이고 홍상수의 현실 설정을 당연히 알기에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가 어찌 보면 참 짠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홍상수는 세계적인 영화 잡지인 '까이에 뒤 시네마'가 사랑하는 감독이다. 뭐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 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은 만들면 국제 영화제에, 그것도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그런 영화제에 나갔다. 그 덕에 정말 저예산 영화인 그의 영화에 수많은 스타들이 출연했고 나를 포함한 영화 마니아들은 생전 보지 못한 영화 스타일과 그런 스타일에 출연해 주는 스타들에, 그들의 민낯 연기에 열광했다. 그런데..

  공개적 연인이 김민희 배우님으로 바뀌면서 그 분을 위한 배려인 줄은 알겠지만, 그분은 해외 유수 영화로 어떻게 (레벨 업!) 블로우 업! 시켜주시고 예전처럼 영화 창작해 주시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세계적인 감독이,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윤리적이며 도덕적이어야 함을 원하는'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그의 작품에 생채기를 내는 느낌이다. 어차피 홍상수 당신의 영화는 영화 마니아들만 보니 좀 벗어나고 극복하면 안 될까요.. 뭐 그런 생각이 든다.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프로디테 김민희.. 그만 이야기하자. 이건 평론가들의 몫이니. 나는 다만 그가 네오리얼리즘의 창시자였지만 (그래서 인류 문화 유산으로 자신의 작품을 남기기는 했지만) 유부남으로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미국과 이탈리아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아 작품 세계가 이후 날라간 느낌이 드는 모 감독과 같아질까 영화 마니아로서 두렵고 두려울 따름이다. 

2019년 3월 30일 압구정 CGV에서 봤습니다. 예고편 첨부합니다.

이상입니다. 밑은 포털에 나온 배우들의 스틸 것과 포스터다. 눈 내린 모노 톤의 화면이 너무 예쁘다.

두 아들인데 둘째가 극중에서 대세 영화 감독이다. 
연인에게 상처 받고 호텔에 와있는 극 중 여 주인공, 동일시가 (극 중 몰입이) 한 번 쯤은 흔들렸다.
아버지는 자신이 당장 죽을 걸 예감하고 두 자식을 불러 그들에게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 설명하며 두 아들은 자신의 이름을 써 본다.
기주봉은 감독이 자신을 염두해 둔 것 같다. 물론 내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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