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유전적으로 좀 특별한 능력이 있다. 위험을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빠르게 감지하는 것. 이제 이거 인정하며 산다. 그래서 삶을 살면서 위기의 순간이 가끔 등장한다. 예를 들어 오늘 2019년 8월 7일 9시 직전.

  작은 주인님2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는데 순간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들고 보니 SUV 차가 뒤로 내려오더라. 가만 놔두면 도로에서 인도를 덮치겠더라. 순간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을 대비시킬까? 차를 잡을까? 주변을 보니 비가 내리는 탓에 사람들이 없었다. OK. 차주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 잡고 있는데 좀 잡다가 빠지겠지.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위험하면 주의나 주자.

  그러고 있는데 난데없이 중삐리 정도 보이는 애가 옆에서 뒤로 내려오는 SUV차를 받치네. 아 제기슨! 뭐 저런 중삐리가! 그래 중삐리 다칠 것 같아 재빨리 끼어들어 차 트렁크를 받치는데 아 옆에서 받치던 순간 보니 차주가 없어졌네. 받치다 받치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차 밑으로 몸이 들어가려는 찰나, 옆에서 받치던 중삐리를 보니 내가 빠져도 옆이라 이상 없고 나는 이제 차 밑으로 들어가야겠고!

  아니 같이 받치다 운전석에 탄 차주는 시동걸고 기어 P에 놓고 사이드 걸 시간 충분했고! 찰나 드렁크를 받치던 나는 차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아 정말, 어쩔 수 없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빼냈다...

  그리고 조금 내려가던 차는 멈춘다. 휴!~ 인도로 들가 지도 않고. 앞 좌석을 열고 운전석 차주에게

"이제 괜찮죠?"

  괜찮단다. 난 중삐리를 칭찬해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차주는 내게 감사하단 말 대신 중삐리 이름을 부르며 괜찮은지 물어봤다. 동시에 중삐리 내게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아들이었구나. 아, 순간 차 밑으로 들어갈 뻔했는데. 정말 이번에는 안 도와주려다가 (나이 먹어 힘이 딸림이 느껴지니) 의협심 가득 찬 중삐리 때문에 끼어들었는데 아들이었구나. ^0^* ㅋㅋㅋ... 난 부자의 극적 상봉을 미처 볼 생각 없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 

  삶의 위기의 순간! 이상입니다. (사실은 트렁크 밑에서 차를 받치다보니 옆에 중삐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경황이 없던 순간이라 개입 동기를 좀 극적으로 써 볼까 하고 그렇게 기술했습니다.) 정말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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