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에 대해.

  사랑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하는 분이라면 19953월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중경삼림>2년 후인 1997<해피 투게더>

제50회50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왕가위 감독의 이름을 대한민국 대중에게널리 알린 작품입니다.

  그는 <중경삼림>으로 홍콩 전영 금상장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이 영화 <중경삼림>의 탄생 배경에는 당시 목숨을 걸고 작품을 만든 왕가위 감독의 엄청난 비화가 숨어 있습니다.

  <중경삼림><아비정전> 이후 왕가위의 한국 세 번째 개봉작이지만 전작인 <아비정전>

홍콩전영금상장 최우수 감독상과 대만 금마장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엄청난 왕가위마니아 집단만 형성했을 뿐 영화 흥행에는 대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왕가위의 첫 작품 <열혈남아>의 흥행 성공에 고무되어

<아비정전>에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한 홍콩 영화계 거물이자 홍콩 최대 범죄 조직인 삼합회 간부 등광영이 왕가위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는데요.

이 와중에 왕가위는 <아비정전>의 흥행 대참패를 뒤로하고 당시 홍콩 최고의 스타인 장국영, 왕조현,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까지 데리고 사막 한가운데로 가 <동사서독>을 찍습니다.

사람들은 왕가위 목숨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는 당시 홍콩 영화 제작 시스템을 알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홍콩은 그 당시 스타 시스템을 활용해 굉장히 빨리 영화를 찍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당시 모대학교 영화학과에 특강을 하러 온 정성일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홍콩은 영화 취재를 하러 가면 실제 촬영을 감독이 아닌 조감독이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감독을 찾으면 감독은 위의 스튜디오에서 다른 장면을 촬영하고 있고, 심지어 또 다른 조감독이 해당 영화의 또 다른 장면을 밑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빨리 영화를 찍어 자금 회수를 빠르게 하는 홍콩 영화계의 뒷배경에는 당시 홍콩 최대의 범죄 조직인 삼합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탁월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왕가위 감독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영화가 이런 식으로 난도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촬영 감독에게도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해가 됩니까? 촬영감독도 해당 장면이 전체 영화에서 무슨 장면인지 모르고, 심지어 어떤 장면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촬영했다는 말입니다. 이는 설상가상으로 주연 배우들도 똑같이 해당하는 경우였습니다.

  <중경삼림>을 촬영할 때 당시 <동방불패> 시리즈로

이미 홍콩과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흥행 배우였던 임청하는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았던 왕가위 때문에 <중경삼림>을 총싸움 영화라고 인터뷰했다는 전설은 지금도 유명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주연배우가, 촬영감독이, 무슨 장면을 찍는지도 모르고 영화를 촬영하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당시 정성일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중경삼림>에서 시나리오도 받지 않아 영화 내용도 모르는 임청하가 디렉팅을 벗어난 연기를 하려고 하자, 왕가위 감독이 우비에 가발, 선글라스를 씌운 거라고 합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왕가위의 연출 스타일은 생각해 보면 일견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감독의 연출권을 지켰으며, 이는 영화가 일개 개인인 감독의 온전한 예술혼이 발현될 수 있는 예술 작품이라는 산 증거이자, 그가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인 사실은 왕가위 옆에는 폭력 조직을 싫어하는 훌륭한 벗과 운이 따랐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친구인 감독 유진위는 사랑에 대한 서시<동사서독>이 제작비 부족으로 사막 한가운데서 표류하자 친구인 왕가위를 살리는 묘수를 냅니다. <동사서독>을 찍는 막간을 활용해 똑같은 소재로 <동사서독>에 출연 중이던 당대 최고 홍콩 스타들을 데리고 1993년 설날 대목에 개봉할 목적으로 막장 쌈마이 영화를 찍는데요. 이 영화가 바로 왕가위 제작, 유진위 감독의 <동성서취>이고

해당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사랑에 대한 무협 서사시<동사서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왕가위는 <동사서독> 촬영 중 홍콩에 와, 김도령 교수가 들은 이야기로는 2주간의 짧은 기간으로 <중겸삼림>을 촬영합니다. 아마도 <아비정전>이 망하고 사막으로 도피하다시피 한 와중에 <동사서독> 마저 제작비 부족으로 지지부진해지자 압박해 오는 삼합회의 압력에 왕가위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을 거라 추측되는데요. 그런데 이 급하게 촬영해 개봉한 <중경삼림>은 당시 놀랍게도 당시 홍콩과 심지어 한국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하며 왕가위를 기사회생시킵니다.

  이후 <중경삼림>으로 작품성에 이어 흥행성까지 겸비하게 된 왕가위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홍콩과 심지어 당시 영화 산업에 진출해있던 대한민국 삼성 영상 사업단 관계자들도 그를 붙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만약 왕가위에게 폭력 조직을 싫어하는 벗 유진위와 <중경삼림>의 행운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비정전> 이후 왕가위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 왕가위의 벗 유진위 감독은 당시 최고의 스타인 주성치가 삼합회의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주성치를 도왔다고 하며 왕가위 감독이 <2046>을 촬영하며

<동사서독> 찍을 때처럼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자 해당 배우들을 데리고 또 막장 코미디 무협물인 <천하무쌍>

제작했다고 합니다.

 

캐릭터 소개

임청하가 연기한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 역.

  1954년생인 임청하는 1992년과 1993<동방불패> 시리즈에 출연해,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과 중성적 이미지로 당대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해당 작품 <중경삼림>을 마지막으로 은퇴합니다. 이후 2013년 송혜교가 출연한 왕가위 영화 <일대종사>에 출연한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소문으로만 그쳤습니다. 아시아의 전설적인 배우 임청하의 마지막 연기는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해당 영화에서 우리는 왕가위 감독의 연출 스타일 때문에 그녀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극 중 이름도 없어 포탈에 기록된 해당 배역이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 역인데요.’역인데요.

  감독은 그녀의 극 중 캐릭터에 부여된 다소 ’과장된‘ 이미지를 위해 설명하기 위해 내레이션을 통해 그녀가 그런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해 다니는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임청하는 극 중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난 너무 소심하게 변해 버렸다.

레인코트를 입을 땐 늘 선글라스를 쓴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햇빛이 날지 모르니까.”

  제가 수십 년 전 정성일 평론가에게 들은 말이 사실이라면 실상은 시나리오도 보지 못한 상태로 배우 임청하가 극 중에서 감독이 한 디렉팅을 자신만의 연기로 표현하자,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액팅으로 배우가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보이도록, 레인 코트를 입히고 선글라스를 쓰게 하고 금발 가발까지 씌운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한 인물의 캐릭터를 작품에 맞게, 감독의 연출 의도에 맞게,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가 연기해 영화로 형상화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같은 배우라도 감독에 따라 각각의 영화마다 빛나는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왕가위가 연출한 <중경삼림>에서 임청하의 연기는 최고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배우들도 똑같은 경우로 촬영에 임했지만, 많은 배우들이 왕가위 영화로 연기상 후보로 올랐으며 상도 받은 것을 봐도, 이는 타 예술과 구분되는 영화만이 갖는 독특한 캐릭터의 시각적 형상화 전형이 있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금성무가 연기한 하지무 경찰 223.

  금성무는 대만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는 중국에서 꾸준히 주연으로 활동하지만, 국적은 일본입니다. 근래 대한민국에서 부상한 스타 제조 시스템처럼 아이돌로 먼저 데뷔했으며 왕가위의 <중경삼림>으로 순식간에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후 왕가위의 <타락천사>에도 출연했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극 중 금성무는 임청하처럼 이름 대신 223으로 불립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실연당하고 이를 극복하는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가 처음 개봉한 1995년에도, 그리고 재개봉한 2013년에도, 심지어 20년도 더 지난 2018년에 일본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흥행하며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여리게 했습니다. 실연의 아픔과 그 실연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왕페이가 연기한 페이 역.

  예명인 왕정문으로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습니다.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홍콩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여성 가수로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등려군 이후 중화권을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로 평가받고 있는 왕페이는 데뷔한 홍콩의 스타 시스템에 따라 연기를 해야 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이는 왕가위 감독의 눈에 띄어 <아비정전>에 출연해 심지어 스톡홀름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까지 받았지만, 홍콩 영화계의 열렬한 환영에도 불구하고 이후 자신의 음악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극 중 페이는 양조위가 연기한 실연당한 경찰 633을 짝사랑하는 페이 역을 맡았습니다. 성별이 바뀐다면 엄청난 사생팬에 스토커일 수 있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페이는, 성별이 바뀌지 않더라도 현실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페이는, 놀랍게도 영화에서는 전혀 밉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페이의 도움으로 실연을 극복해가는 경찰 633을 보면서 심지어 우리는 페이와 경찰 633이 맺어지라고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응원까지 하게 됩니다. 정말 실제 인물 왕페이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그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서 영화를 보더라도 불가능한 영화적 설정 같습니다. 그만큼 왕가위 감독의 캐스팅 능력은 탁월했다고 보입니다.

 

양조위가 연기한 경찰 663.

  1962년 홍콩 태생인 양조위는 중국에선 영화 황제인 영제로 불릴 만큼 중화권 최고의 배우입니다. 2000년 제53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왕가위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라고도 말할 수 있는 배우 양조위는, 해당 작품 <중경삼림> 뿐만 아니라 왕가위 감독의 전 작 <아비정전>, 이후 왕가위 감독의 개봉작 <동사서독>, <해패 투게더>, <화양연화>, <2046>, 심지어 20138월 한국에서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도

주연인 엽문으로 출연합니다.

  극 중 양조위가 연기한 경찰 633은 주가령이 연기한 스튜어디스에게 실연을 당합니다. 그런데 사실 처음 스튜어디스가 633에게 대단한 존재는 아녔습니다. 633의 스튜어디스 처음 소개는 이렇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맘에 드는 스튜어디스가 꼭 있다.

작년 이맘때 25000피트 상공에서 난 그녀를 유혹했다.”

그리고 흐르는 배경 음악과 둘의 행복한 한 때.

  하지만 그녀는 633이 자주 들르는 페이의 삼촌 가게에 집 열쇠와 이별 편지를 남기며 633을 직접 만나지도 않고 대신 작별을 고합니다. 633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맘에 드는 스튜어디스가 있었으니 다른 여자를 유혹하면 될 터인데 나름 깊은 실연의 아픔을 혼자 힘겹게 극복해 나갑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들어올 땐 세상 77억 중 한 명이라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이지만, 마음에서 떠나갈 땐 이 세상 단 하나 유일한 나만의 존재, 내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실연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주가령이 연기한 스튜어디스 역

  <중경삼림>이 당대 최고의 스타 임청하의 은퇴작이었지만 91년 미스 홍콩 출신인 주가령에게는 성공적인 데뷔작이었습니다. 주가령은 극 중 양조위가 연기한 경찰 633에게 실연을 고하고 이후 다시 만나고 싶어 633의 집 전화에 음성 메모를 남기지만 페이가 삭제시켜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편의점에서 633을 다시 만나지만 사정을 모르니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633이 살짝 미울 뿐, 밖에서 기다리는 새 애인의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떠납니다.

 

줄거리. 이름이 없는 등장인물들 때문에 헷갈리지 마시라고 배우 이름으로 대신 부르겠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영화가 시작되면 마약 운반책인 인도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임청하의 모습이 보이고 오프닝 타이틀이 뜨면 금성무가 자신을 하지무, 경찰 223이라 소개합니다. 이후 도망가는 범죄자를 잡으려고 뛰던 금성무는 임청하와 스치게 되고 화면이 정지되며 그의 내레이션이 들립니다.

“57시간 후 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주요 공간인 패스트푸드점 앞이 보이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금성무는 실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 애인인 메이의 집에서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립니다. 물론 패스트푸드점 앞의 공중전화로 말입니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없었습니다. 삐삐가 있던 시절이었죠.

  임청하는 인도인들과 마약 운반 준비를 합니다. 인도인들을 데리고 그들이 입을 옷과 가지고 갈 가방 등을 사서 마약을 숨겨 넣고 비행기에 태워 밀수를 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일이 터집니다. 임청하는 자신이 공항에 데리고 간 인도인들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물론 마약을 갖고 말입니다. 그들과 관련된 홍콩에 사는 다른 인도인의 어린 여아까지 납치해 배후를 캐고자 하지만 임청하는 차마 그러지 못합니다. 마약을 못 찾으면 임청하는 매우 곤란해 질 겁니다.

  금성무는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지명수배범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지명수배범을 잡은 날은 항상 전 애인 메이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날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메이에게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남자가 받습니다. 메이가 새 애인이 생긴거죠. 금성무는 빌어먹을, 이제 다 끝이야!”라고 외치며 달립니다.

  그리고 51, 금성무는 그간 모아 놓은 유통기간이 51일까지인 통조림 30개를 다 먹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새로운 메이를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그녀는 당연히 금성무를 기다리지 않고 애인이 생겼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 술 마실 사람이 없자 혼자 바에 갑니다. 거기서 자신을 죽일 듯 쫓던 인도인들을 총으로 쏴버린 임청하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금성무의 각고의 노력 끝에 같이 술을 마시고 어느 호텔 702호실에 가 잠만 잡니다.

  정말로 잠만 잡니다. 정확히는 임청하만 잔 것 같습니다. 온종일 돌아다닌 그녀는 정말 피곤했거든요. 그날 밤 금성무는 광둥어 영화 두 편을 보고 샐러드를 네 접시나 먹으며 자는 그녀를 바라만 보다 임청하의 힐만 벗겨서 닦아주고 나옵니다.

그리고 금성무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몸속의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 운동장을 달립니다. 이제 그녀를 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임청하는 고양이를 이용해 자신을 배신한 백인을 총으로 여러 발 쏴 죽입니다. 아마도 그 백인을 임청하는 사랑했고, 이번 마약을 동반한 인도인이 사라진 것도 그 백인의 짓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막을 내립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양조위는 애인인 스튜어디스 주가령의 샐러드를 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자주 들립니다. 왕페이는 그런 양조위를 흠모하는 패스트푸드점 사장의 조카로 가계에서 삼촌의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심한 주가령이 이별을 양조위에게 직접 고하지 않고 편지를 써서 양조위 집 열쇠를 넣고 패스트푸드점에 맡깁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나름 정중한 이별 방식이죠.

  문제는 그 편지를 수령 받기를 양조위가 거부하는 동안 왕페이가 양조위의 집을 드나들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우연히 만나 양조위의 집을 알게 된 왕페이는 그의 집을 청소도 해주고 양조위의 전 애인 주가령의 흔적도 지우고 음료수에 수면제도 타 양조위가 딴생각 못하고 자게 만듭니다. 물론 깔끔하게 양조위의 집 전화기에 남긴 다시 만나고 싶다는 주가령의 음성 메모도 삭제시킵니다.

  사실 명백한 범죄행위죠. 남의 집에 침입해 가재도구를 마음대로 바꾸고 음료수에 수면제도 타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1990년대에는 이 영화를 보며 왕페이가 그렇게 한다는 것이 범죄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왕페이는 양조위에게 걸리고 맙니다.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 경찰인 양조위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대신 왕페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실연을 극복한 거죠. 그리고 그런 극복의 과정에 왕페이가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을 아마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왕페이는 데이트 장소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패스트푸트점 사장이 자신의 조카를 대신해 편지를 전합니다. 왕페이가 캘리포니아에 간다고 했다는 사실도 전하고요. 이런 황망함이.. 그래도 이번에는 편지는 받았습니다. 그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전 애인이 남긴 편지처럼 보기를 미루거나 버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원래 성격대로 하지 말고 편지를 볼 것인가? 과연 양조위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당연히 영화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의 매력.  화려한 색채와 미장센, 거침없는 들고 찍기 화면, 저속 촬영과 스탭프린팅이라는 기법을 감각적으로 사용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수많은 CF와 드라마, 심지어 다른 영화에서도 패러디를 할 정도로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의 사용이 돋보이는 수작이었습니다. 당시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모든 매장에서 해당 영화의 OST를 틀어주었고 김교수 역시도 온종일 이 영화의 직, 간접적으로 OST를 들으며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당시에 그 파급 효과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밑에 관련 영상 OST 링크 걸어놓겠습니다. 직접 보시고 직접 들으시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영상미와 감미로운 음악에 충분히 취해 하루를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백문의 불여일견, 직접 이 영화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몽중인과 캘리포니아 드림 OST 링크

 

다른 느낌의 몽중인입니다. 

 

다른 느낌의 몽중인 OST 링크

 

다른 느낌의 캘리포니아 드림입니다.

 

다른 느낌의 캘리포니아 드림 OST 링크

 

  당시 현란하게 느껴졌던 스탭 프린팅 기법이 제대로 보입니다. 스탭 프린팅 기법은 왕가위 감독의 전매특허로 그를 영화에 있어 음률 시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선명한 주인공의 모습이 주위와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스텝 프린팅 기법은 한 화면 안에 시차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 군중 속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더 외롭고 고독하게 느끼게 합니다. 누군가 왕가위 감독에게 물었답니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입니까?”

왕가위 감독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답니다.

시간입니다!”

스탭 프린팅은 이런 감독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스토리텔링 방식 같습니다.

다른 느낌의 캘리포니아 드림입니다.

 

 

2. 사랑에 대해. <중경삼림>은 우리나라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미국에서는 PG-13 등급을 받은 영화입니다. ‘PG-13 등급13세 미만일 경우 보호자 동반이 요구되는 영화 등급을 일컫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15세 이상 관람가라도 부모나 보호자 동반시 입장이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선생님이나 보호자의 동반하에 중학생 이상 관람가 정도는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상영시간 31분과 38분 전후 임청하가 결국 죽이는 백인과 바에서 일하는 여자가 같이 나오는 부분만 건너뛰기를 한다면 말입니다.

그런 전제하에 이 영화는 실연에 대처하는 두 가지 스타일의 인간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 금성무는 여기저기 전화하는 주변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민폐형 스타일입니다. 하다 하다 나중에는 결혼해 애가 둘인 옛 지인에게도 자그마치 5년 만에 전화합니다. 심지어 기억도 못 하는 초등학교 4학년 짝꿍이었다는 에게 전화할 정도입니다.

  또한, 잊는 방식도 자기 맘대로입니다.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에 맞게 전 애인 메이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구매, 자기 생일인 51일 다 먹어치웁니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에 또 다른 메이를 만나러 갑니다.

  또 다른 메이가 리차드와 나갔다고 하자, 위에서 말한 추에게까지 전화하고 만나지 못하자 바에 가서 혼자 술 먹다가, 자기 멋대로 바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하고임청하에게 엄청나게 추근댑니다. ‘좋은 예감은 자신만의 주관적 판단이며 결국은 피곤한 임청하와 호텔에 가기는 하나 참 대책 안 서는 스타일입니다. 다행인 것은 임청하가 피곤해서 그냥 자는 것처럼 보이자 그녀를 곤히 자게 놓아두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구는 순정파인 해당 스타일은 인생을 살면서 첫사랑과 헤어지면 모두가 한 번쯤 가져 보는 양상입니다.

 

  2. 그에 비해 양조위는 혼자 삭히는 스타일입니다. 소심한 회피형 인간인 그는 심지어 전 애인이 남기고 간 편지도 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집 열쇠도 회수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이부분은 남자라서 다행입니다. 정말 이런 회피형 인간은 주변을 편하게는 하지만 본인이 마음속으로 곪을 경우가 많습니다.

  양조위를 짝사랑하는 왕페이에 해당 에피소드가 초점이 더 맞춰져 있어서 양조위의 마음속 아픔은 비누, 걸레, 인형과 혼자 대화하는 코믹한 모습으로 대체됐지만, 만약 왕페이가 양조위 모르게 그를 보듬지 않았다면 그는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참다가 주가령이 돌아오면 받아주고 다시 그녀가 떠나가면 기다리고, 그러다가 다시 받아주기를 반복하며 주가령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무한 반복하며 그의 영혼을 피폐화됐을 겁니다.

  차라리 확실히 끊는 금성무의 애인이 더 나아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로 풀며 기한을 정해 잊어버리고 다른 애인 만들어가는 금성무가 더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인지요?

  오늘 하루 실연을 잊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떻까요? 결혼하신 분들은 과거의 추억에 젖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그리고 자신이 직접 느낀 그 아름다운 추억들과 실연을 되새겨보며 만약 누군가 실연 때문에 고민이라면 어떻게 극복하라고 충고해야 할지도, 본인의 경우를 되짚어 보며 사색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마도 경험상 흑역사가 많은 분일수록 더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17장 플롯 구성의 기본 방식에서 타고난 재능이 서로 같다고 할 때, 실제로 인물의 감정 속에 들어가 보는 시인이 더 실감 나는 효과를 낸다라고 주장했으며, ‘가장 진실한 고민이나 분노의 인상은 그런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만이 줄 수 있다.’ 고도.’ 주장했습니다. 시인도 그러하고 감독도 그러하듯 사실 우리도 그러함은 당연합니다.

  많은 경험을 해보시고, 현실에서 직접 경험을 할 수 없으신 분들은 영화를 통한 또 다른 직접 경험을 감각적으로 해보시길 권합니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질 들뢰즈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받는 감정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존재론적 사실인 감각 ; 센세이션이라고 하여 세포 하나하나가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온전한 감정의 실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경삼림>을 통해 대표적인 두 가지 스타일의 실연 극복 방식에 대해 또 다른 직접 경험인 온전한 감정의 실체, ‘감각 ; 센세이션을 온몸으로 느끼시고 자신과 또는 주변에서 실연 때문에, 실의에 빠진 주변 영혼들을 적절히 구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영화를 같이 보니 이러한 실연의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어느 정도의 기간과 자기 노력으로 죽을 만큼 아프지만 결코! 죽지 않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삶의 소중한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사랑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관련자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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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나무위키

두 개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다. 두 에피소드의 남자 주인공 모두 실연한 경찰. 그리고 둘 다 실연의 아픔을 잊는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사복 형사 하지무는 도시를 있는 힘껏 달리고, 663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곰인형, 금붕어, 비누, 해진 행주 등에게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중경삼림은 다시 볼수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만일 당신이 새로운 21세기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당신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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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왕가위(중국어 간체자: 王家卫, 정체자: 王家衛, 병음: Wáng Jiāwèi 왕자웨이[*], 광둥어: wong4 gaa1 wai6 웡가와이, 영어: Wong Kar-Wai, 1958년 7월 17일 ~ )는 홍콩의 영화 감독이다. 홍콩전영금상장 최우수감독상과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검은 선글라스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1958년 7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5세 때 가족을 따라 홍콩으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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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서취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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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 나무위키

"그녀는 말했었다. 가질 수 없는 때가 오더라도 잊지는 말자고..." 왕가위 감독의 첫 무협영화이자 무협의 장르를 빌린 멜로드라마. 김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제작한 프리퀄 영화이다. 따라서 영화에는 사조영웅전의 인물들이 등장하나, 내용 자체는 사조영웅전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꾸민 것으로, 사조영웅전에서 김용이 초기설정으로 세팅하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간 등장인물들의 행동[3]을 왕가위 식으로 해석하여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다. 서독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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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위

네이버 영화 : 영화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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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왕가위가 자신의 제작사를 설립하여 만든 첫 번째 작품이자 악전고투 끝에 완성해낸 무협영화. 하지만 전통적인 무협영화와는 상반된 방식의 독창성을 지닌 작품. [시놉시스] 한때 강호의 고수였던 구양봉은 사랑하는 여인이 형과 혼인하자 세상을 등지고 살기로 한다. 지금은 살인청부 알선을 하며 사막에서 은둔자로 살고 있다. 그에게 몇명의 인물들이 찾아온다. 친구 황약사는 어느 날 기억을 지워준다는 술 취생몽사를 들고 와서는 저 혼자 마시고 홀연히 떠나간다. 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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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프린팅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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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예고편

  얼마 전까지 네이버에서 <중경삼림>을 다운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더라구요. 그런데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영화 전체가 올려져 있습니다. 링크는 걸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유튜브에서 검색하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유튜브 영상은 제가 올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에 링크해놓은 유튜브 영상도 그렇고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따라 장국영이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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